2026년 9월 11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서울특별시 건축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통과됐다. 핵심은 일조사선이다. 옆집의 햇빛을 가리지 말라는 이유로 소규모 건물의 상층부를 계단식으로 깎아내던 그 규제. 7월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건축법 개정의 후속 조치이며, 시행일은 11월 12일이다. 숫자 하나가 이 개정의 무게를 말해준다. 서울시 주거용 무단증축 위반건축물 약 7만 7천 건 가운데 4만 4천 건, 전체의 58%가 일조사선 위반이다.
10미터와 17미터 사이, 새로 생긴 구간
개정 건축법은 기존 높이 제한 구간을 세분화해 '높이 10미터 초과 17미터 이하' 구간을 신설했다. 그리고 이 구간의 인접대지경계선 이격거리를 5미터 이상의 범위에서 조례로 정하도록 지자체에 위임했다. 서울시 조례 개정은 그 위임을 행사한 것이다. 10~17미터는 층고 3미터 안팎으로 환산하면 4층에서 5층 사이다. 다세대·다가구 주택과 근린생활시설이 밀집한 바로 그 높이대다. 법전 표의 추상적 조정이 아니라, 서울에서 가장 흔한 건물 유형을 정면으로 겨냥한 개정이다.
집주인 입장에서 이 변화는 도면보다 고지서로 먼저 체감된다. 일조사선을 위반한 무단증축에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고, 위반 상태가 유지되는 한 매년 반복된다. 기준이 완화되면 그중 일부는 다시 선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다만 조례 통과가 곧 소급 합법화를 뜻하지는 않는다. 내 건물이 해당되는지는 관할 구청 건축과에서 건별로 확인해야 하고, 판단 기준은 11월 12일 이후 시행되는 기준이다. 집주인에게 솔직한 조언은 하나다. 확인할 가치는 있고, 단정할 가치는 없다.
현장에서 일조사선은 도면 문제가 아니었다
4~5층 건물을 다뤄본 설계자라면 일조사선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이라는 걸 안다. 상층부가 계단식으로 깎이면 세대 하나가 통째로 사라지거나, 방 하나가 반쪽이 되거나, 옥상 테라스가 아무도 쓸 수 없는 경사면으로 변한다. 4층 건물에서 세대 하나가 사라지면 사업 계산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서울에 4만 4천 개의 준법 계단식 건물이 아니라 4만 4천 건의 위반건축물이 남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완화는 시장이 이미 불법적으로 취해오던 면적을 제도 안으로 되돌리는 성격이 짙다.
"일조사선은 도면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성의 문제였다. 상층부가 깎이면 세대 하나가 사라지고, 세대 하나가 사라지면 사업이 성립하지 않는다."
타이밍 문제도 따라온다. 시행일이 11월 12일이라는 것은, 지금 설계가 진행 중인 건은 인허가 접수를 그 선의 앞에 둘지 뒤에 둘지 저울질할 이유가 생겼다는 뜻이다. 자치구가 자체 운용 지침을 정비하는 데도 시차가 있어, 시행 직후 몇 주는 25개 자치구의 답이 서로 다를 가능성이 높다. 설계자라면 같은 질문을 두 번 하게 될 것을 각오하는 편이 낫다.
수혜자와 비용 부담자
58%라는 숫자는 두 갈래로 읽힌다. 기준이 비현실적이었다는 증거일 수도 있고, 기준이 그냥 지켜지지 않았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서울시는 앞쪽으로 읽었다. 규정을 지켜 낮게 지은 건축주는 뒤쪽으로 읽을 것이고, 준법이 더 비싼 선택이었다고 느낄 근거가 있다. 조례가 어느 한쪽을 반증한 것은 아니다. 시가 한쪽을 택했을 뿐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일조권은 건축주의 권리가 아니다. 인접 대지에 사는 사람의 권리다. 완화의 편익은 건축주에게 가고, 비용은 옆집의 겨울 오후가 치른다. 비아파트 주택 공급 활성화는 정당한 정책 목표지만, 그 공급이 누구의 채광을 얼마나 대가로 삼는지는 별도의 계산이며, 보도자료에는 그 계산이 보이지 않는다. 한 가지 더. 건축법은 이격거리를 '5미터 이상의 범위에서'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했다. 위임의 폭이 넓다는 것은 지자체마다 기준이 갈릴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시가 10~17미터 구간에 최종적으로 몇 미터를 적용했는지는 이번 본회의 통과 보도에서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조례 전문이 공포될 때 가장 먼저 찾아봐야 할 숫자가 그것이다.
11월 12일 전에 확인할 세 가지
첫째, 조례 전문이 공포된 뒤 서울시가 10~17미터 구간에 확정한 이격거리 수치. 둘째, 자치구별 운용 지침 — 조례와 창구 실무 사이의 간극에서 인허가 지연 대부분이 발생한다. 셋째, 이미 부과된 기존 이행강제금을 시행일 이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조례는 기준을 완화했지만 누적된 부과분의 처리는 별개의 행정 사안이고, 공개된 보도에서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편집장 코멘트
자재 쪽에 주는 신호는 헤드라인보다 조용하다. 4~5층 건물의 상층부가 계단식으로 깎이지 않으면 경사면이 다시 수직면이 된다. 수직면은 표준 창호, 표준 금속패널, 표준 단열 디테일을 표준 단가로 받아들인다. 프리미엄이 아니라 물량의 이야기다. 다만 시간축이 길다. 11월 12일 이후 인허가, 거기서 다시 착공까지 수개월. 자재 브랜드가 이 변화를 체감하는 시점은 2026년이 아니라 2027년 상반기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 소규모 건축물용 사양을 정리해두는 브랜드가 그때 준비된 쪽에 서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