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상반기, 9·7 주택 공급 대책이 첫 성적표를 받았다. 정부는 수도권 공공주택 상반기 착공 목표 1.1만 호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2020년 이후 최대 규모의 착공이다. 숫자만 보면 청신호다. 그러나 목표를 채운 통계 뒤에는, 서울 도심의 빈 택지와 현장에 쌓인 갈등이라는 다른 얼굴이 있다.
135만 호라는 약속
9·7 대책의 골격은 명확하다. 향후 5년간 수도권에 주택 135만 호를 공급하고, 연 27만 호를 착공한다. 최근 3년 공급 실적의 약 1.7배, 연간 11만 호를 더 짓는 규모다. 공공택지에서는 LH가 사업을 직접 시행해 속도를 높이고, 노후 임대주택·공공청사·미사용 학교용지 같은 도심 내 자투리 땅까지 끌어와 공급원을 넓힌다. 물량과 속도,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설계다.
목표는 채웠는데, 체감은 왜 안 되나
상반기 성적표는 표면적으로 성공이다. 수도권 공공주택 1.1만 호 착공을 예정대로 달성했고, 연말 6.2만 호·내년 7만 호로 이어지는 로드맵도 '청신호'로 평가된다. 문제는 이 숫자가 곧바로 시장 안정으로 번역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착공은 입주가 아니다. 지금 뜨는 삽이 실제 집이 되어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몇 년이 걸린다. 그사이 수도권 매매가는 오르고, 비수도권은 미분양이 쌓인다. 하나의 대책이 두 개의 시장에서 정반대로 작동하는 양극화가 깊어지고 있다.
"착공 통계는 목표를 채웠다. 그러나 통계가 채운 것은 목표지, 사람들의 체감이 아니다."
현장의 불만은 더 구체적이다. 공공주도 공급에 시동을 걸었지만 정작 서울의 핵심 택지는 비어 있고, 대책이 오히려 일부 부지를 규제로 묶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보도는 수도권 65만㎡가 대책으로 되레 묶였다고 짚었다. 물량 목표를 향해 달리는 사이, 정작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도심의 공급 속도는 기대만큼 빠르지 않다는 것이다.
자재·시공 산업이 읽어야 할 신호
건축·자재 업계에는 이 성적표가 두 갈래 신호로 읽힌다. 첫째, 공공주도·대량 착공은 표준화된 보급형 자재와 OSC(공업화 건축) 수요를 밀어 올린다. 속도가 정책 목표인 만큼, 공기를 줄이는 모듈러·프리캐스트·건식 마감의 채택 여지가 커진다. 둘째, 착공과 입주 사이의 시차는 자재 조달의 리스크 구간이다. 물량이 특정 분기에 몰리면 아스콘·철근·단열재처럼 이미 강세인 자재의 가격 변동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 물량 계획은 곧 조달 계획이라는 사실을, 지난봄의 자재 공급 쇼크가 이미 보여줬다.
편집장 코멘트
ARCHINODE 입장에서 이 대책은 '어떤 자재가 팔리느냐'의 지형을 바꾼다. 대량·고속 공공 공급은 럭셔리 마감재보다 검증된 보급형·친환경 인증 자재의 무대다. 반대로 민간 도심 정비가 풀리는 국면에서는 프리미엄 수요가 살아난다. 한국 시장을 하나로 보지 말고, '공공 물량 트랙'과 '민간 프리미엄 트랙'으로 나눠 브랜드를 배치하는 편이 이 정책 사이클에서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