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디자인페스티벌이 오늘, 9월 12일 개막해 20일까지 이어진다. 도시 전체가 전시장이 되는 그 일주일의 24번째 판이다. 올해 프로그램에서 눈에 띄는 문장은 하나의 병치다. 공예와 인공지능이 나란히 놓이고, 역사적 기법이 동시대 협업을 통해 다시 다뤄진다. 월페이퍼는 2026년 판을 '디자인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를 묻는 축제'로 요약했다. 이 질문의 양쪽 절반이 모두 제 몫을 하고 있다.

생성된 이미지에서 재료의 질문으로

최근 몇 시즌의 디자인 위크를 이어 보면 변화가 읽힌다. AI가 이 무대에 처음 등장했을 때, 그것은 이미지의 형태였다. 앉을 수 없는 의자의 렌더링, 출력물로만 존재하는 사변적 형태들. 그 국면은 오래가지 못했다. 디자인 페어란 결국 사람이 물건을 만져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2026년 런던이 하는 일은 종류가 다르다. AI를 주제로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 분야에서 가장 느린 실천 옆에 AI를 놓고 그 인접성이 스스로 논지를 만들게 하는 방식이다.

런던디자인페스티벌 전시장의 가구와 공예 오브제
9일간 수백 개의 이벤트 — 패션, 건축, 인테리어, 가구, 기술, 물성, 예술, 공예, 디지털 디자인을 가로지른다

이것은 구조적 변화인가, 지나가는 큐레이션 유행인가. 솔직한 답은 아직 단정하기 이르다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지표가 전자 쪽을 가리킨다. 올해 축제가 밝힌 범위는 패션, 건축, 인테리어, 가구, 기술, 물성(materiality), 예술, 공예, 디지털 디자인을 가로지른다. 여기서 '물성'이 독립된 범주로 목록에 올라 있다는 건 작은 일이 아니다. 축제가 재료를 속성이 아니라 주제로 호명할 때, 그건 대개 그 분야가 '이것이 어디에서 왔는가'를 걱정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프로그램이 반복해 쓰는 세 번째 단어가 '문화적 교류'인 것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출처를 향해서.

손의 시간과 기계의 즉시성

이 둘을 한 테이블에 앉힌다는 건 조용히 급진적인 데가 있다. 공예는 무엇보다 시간을 쓰는 방식이다. 사흘 걸려 깎은 짜임에는 그 사흘이 들어 있고, 사람이 그 짜임에 손을 대며 반응하는 것의 일부는 그 지속 시간 자체다. AI는 정반대의 제안이다. 그 가치 주장의 전부가 지속 시간의 제거에 있다. 백 가지 변형을 요청하면 요청이 끝나기 전에 도착한다.

"공예는 시간을 쓰는 방식이고, AI는 시간을 없애는 방식이다. 런던 2026은 그 모순을 해결하지 않는다. 나란히 앉혀 놓고 관람객이 그 간극을 직접 느끼게 한다."

런던의 형식은 이 대비를 단일 컨벤션 홀이 결코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읽히게 만든다. 이 축제는 한 건물에 모이지 않는다. 도시 전역에 흩어지기 때문에, 관람한다는 건 걷는다는 뜻이다. 쇼룸에서 미술관으로, 상점 뒤편에 숨은 공방으로, 아흐레에 걸쳐 두 발로. 그 걷기는 부수적인 게 아니다. 빠른 물건과 느린 물건을 서로 다른 방, 서로 다른 동네, 도보 20분 거리에 놓고, 그 사이 20분의 보도에서 관람객이 실제로 비교를 수행한다. 도시 규모의 축제는 거리(距離)로 논지를 펴는 방식이다.

이 흐름에서 한국의 자리

한국에는 한국의 가을·겨울 일정이 있다. 프리즈가 다섯 번째 한국 판으로 코엑스에 돌아왔고,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이 11월에 이어진다. 다만 런던 쪽에서는 올해 공개된 자료에서 한국 중심의 프로그램이나 파빌리온을 확인하지 못했고, 그 부재 자체가 짚어둘 만하다. 한국 공예는 지금의 큐레이션이 요구하는 속성을 정확히 갖고 있다. 이름 붙은 기법, 긴 도제 기간, 출처가 분명한 재료. 간극은 역량이 아니다. 현장에 있는가, 논의의 틀이 짜이는 방 안에 있는가의 문제다.

공예 기법으로 마감된 실내 가구와 오브제
이름 붙은 기법, 긴 도제 기간, 출처가 분명한 재료 — 지금의 큐레이션이 요구하는 속성들

이 병치가 유지된다면 1~3년 전망은 비교적 읽힌다. 출처(provenance)가 마케팅 문장이 아니라 사양서의 한 줄이 될 것이다. 누가,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얼마의 시간에 걸쳐 만들었는가. AI는 속도가 실제로 유용한 공정 — 변형 생성, 치수 맞춤, 문서화 — 에 자리를 잡고, 지속 시간 자체가 가치인 영역에서는 지분을 잃을 것이다. 그리고 '이건 어디서 왔는가'에 형용사가 아니라 구체적 답을 내놓을 수 있는 브랜드가 더 나은 가격을 받을 것이다.

편집장 코멘트

한국 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브랜드에게 실무적으로 남는 건 좁고 구체적이다. 출처를 문서로 남기기 시작할 것. 브랜드 스토리가 아니라 기록이다. 기법, 공방, 지역, 리드타임, 마감을 맡는 사람의 이름. 런던 2026이 시사하는 바는 이 기록이 곧 바이어가 비교하는 대상이 되어간다는 것이고, 동시에 이것은 한국의 설계·시방 담당자가 해외 공급사로부터 가장 얻기 어려워하는 항목이기도 하다. 요청받았을 때 그 기록을 건넬 수 있는 브랜드는, 생성된 것이든 아니든 어떤 렌더링으로도 대체되지 않는 우위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