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9일 건설의 날 기념식에서 업계와 정부는 나란히 등단해 기술 전환을 역설했다. 한승구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은 AI·로봇·드론의 적극 도입을 촉구하며 안전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울림 있는 구호다. 그러나 현장의 시선에서 보면, 데모 전시장과 진창 현장 사이의 간극이 바로 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전시장에서는 다 돌아간다

자재 나르는 로봇, 원격 타워크레인, 철근 조립·용접·바닥 미장 자동화 — 전시장에서는 다 돌아간다. 문제는 현장이 전시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삼성물산이 2024년 액세스 플로어 그레이팅 시공 로봇 지재권을 딴 것은 사실이지만, 지재권과 상시 투입은 다른 이야기다. 바닥이 평탄하고 반복 작업이 많은 현장 — 데이터센터·반도체 공장 — 은 로봇이 먹힌다. 층마다 조건이 달라지는 일반 아파트 골조 현장은 오히려 세팅 시간이 더 든다.

진짜 먹히는 것은 안전 분야 AI 영상분석이다. 현대건설의 중장비·화재 감지가 대표적인데, 로봇처럼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관리자의 눈을 늘려주는 방식이라 도입 저항이 적다.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원청이 지갑을 여는 곳도 바로 여기다. 인력난을 말하지만, 로봇 한 대 값이면 숙련 반장 몇 명 인건비다. 대형사는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스타트업 물량을 사주며 선점하는데, 정작 현장 인력의 90%를 쓰는 전문건설사엔 아직 그림의 떡이다.

건설현장 AI 영상분석 개념 이미지
안전 AI는 관리자의 눈을 늘리고, 로봇은 여전히 평탄·반복 작업이라야 수지가 맞는다.

일곱 번째 챌린지, 빠진 숫자

구호를 뜯어보면 익숙한 패턴이 보인다. 국토부는 올해로 7회째 스마트건설 챌린지를 연다는데, 7회째라는 건 뒤집으면 6년을 해왔는데도 여전히 도입 촉구 단계라는 뜻이다. 정말 확산되고 있다면 왜 매년 같은 챌린지와 같은 구호를 반복하는가. 결정적인 숫자는 빠져 있다. 전국에 상시 배치된 로봇이 몇 대인지, 실제 대체된 공정 비율이 몇 %인지 — 아무도 공개하지 않는다.

“스타트업 6곳이 1억 2,100만 달러를 유치했다는 소식은 투자 유치일 뿐 현장 성과가 아니다. 기술 투자액과 현장 적용률을 뒤섞는 화법을 경계해야 한다.”

더 근본적인 의문은 명분이다. 인력난과 중대재해를 앞세우지만, 재해의 다수는 로봇이 못 가는 좁은 개구부·비계에서 발생한다. 자동화 가능한 곳과 위험한 곳이 어긋난다면, 로봇은 안전이 아니라 홍보를 위한 것이 된다. 기록으로 물어야 할 것 — 상시 배치 로봇의 실제 대수와 대체 공정 비율, 그리고 스마트건설 R&D 예산 대비 재해 감소 효과의 인과관계는 검증되었는가.

편집장 코멘트

솔직한 독법 — 2026년은 로봇이 현장을 대체하는 해가 아니라, 안전 AI가 표준 장비가 되는 해다. 자재·장비 브랜드에게 당장의 시장은 휴머노이드 노동이 아니라 현장을 읽어내는 센서·카메라·분석이다. ARCHINODE는 어떤 기술이 진창에서 3일 버티는 시험을 통과하는지를 추적해야 한다. 발주 예산이 실제로 움직이는 곳은 데모 영상이 아니라 바로 그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