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부문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의 20% 안팎을 차지하고 그 대부분이 냉난방이라, 외피 성능이 곧 탄소 문제가 된다. 제로에너지건축(ZEB) 의무화가 공공에서 민간으로 넘어오면서 창호와 커튼월이 규제의 최전선에 선다. 단열만이 아니라 기밀성, 일사조절, 열교 차단까지 동시에 요구된다. 그리고 같은 정책을 집주인이 어떻게 읽느냐는 결국 하나로 모인다. 얼마 들고, 요금은 얼마나 줄어드는가.
외피가 탄소를 결정한다
냉난방이 건물 에너지 사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외피는 탄소의 승부처이고, 그래서 창호·커튼월이 규제의 앞줄에 선다. 성능은 복합적이다. 열관류율만이 아니라 기밀성, 일사취득 조절, 열교 없는 프레임까지. 여기서 갈라진다. 로이(Low-E) 삼중유리에 열교차단 프레임을 쓰면 창호 열관류율을 크게 낮출 수 있지만, 그 성능이 실제 시공 기밀로 이어지지 않으면 카탈로그 숫자에 그친다.
주목할 지점은 그린리모델링 2.0이 신축이 아닌 노후 건물을 겨냥한다는 것이다. 전생애 탄소 관점에서 가장 효율 높은 감축은 새로 짓는 게 아니라 이미 지어진 건물을 고쳐 쓰는 것이다. 철거·신축은 내재탄소를 새로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다만 민간 지원이 공사비 직접 보조가 아니라 이자 최대 3% 지원에 그친다는 점은, 직접 보조와 의무화를 병행하는 유럽의 리노베이션 웨이브보다 유인이 약하다. G-SEED·EPD로 성능을 검증하지 않으면 친환경 리모델링 라벨은 그린워싱 위험을 안는다.
“가장 지속가능한 건물은 대개 이미 지어진 건물이다. 고쳐 쓰기는 철거·신축이 새로 내뿜을 내재탄소를 피한다.”
집주인의 계산기
집주인 자리에서 진짜 질문은 하나다. 내 돈 얼마 들고, 전기·가스요금은 얼마나 줄어드는가. ZEB니 커튼월이니 하는 말은 결국 여름에 덜 덥고 겨울에 덜 추운, 그래서 냉난방비가 덜 나오는 집이다. 오래된 집에 살아본 사람은 안다. 창가의 웃풍과 결로로 생기는 곰팡이. 창호만 좋은 것으로 바꿔도 체감이 확 달라진다.
걸림돌은 초기 비용이다. 30평대 아파트 창호를 로이 삼중유리에 열교차단 프레임으로 다 갈면 웬만하면 1,0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정부의 민간 그린리모델링 지원은 공사비를 대주는 게 아니라 대출 이자를 최대 3%까지 대신 내주는 방식이다. 목돈은 여전히 내가 빌려야 하고 이자 부담만 얼마간 덜어준다. 냉난방비가 매달 몇만 원 줄어도 원금 회수까지 몇 년이 걸릴지 따져볼 만하다. 그리고 늘 걸리는 것 — AS와 하자. 좋은 자재라도 시공을 대충 하면 몇 년 뒤 틈으로 바람이 다시 샌다. 지원사업 업체가 시공 품질까지 책임지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편집장 코멘트
ARCHINODE 입장에서 이 규제 전환은 외피 시장을 스펙 경쟁에서 증거 경쟁으로 바꾼다. ZEB 아래에서 팔리는 것은 가장 큰 카탈로그 숫자가 아니라 근거다. 검증된 기밀 성능, EPD로 뒷받침되는 저탄소, 그리고 시공 보증. 집주인에게 믿을 만한 회수 기간과 하자 보증을 함께 건넬 수 있는 브랜드가 민간 리모델링 파도를 잡는다. 문서로 증명되는 성능이 말로만 주장하는 성능을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