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는 도시인의 일상에서 가장 자주 들어가지만 가장 적게 의식하는 공간이다. 매일 출퇴근에 두 번, 집에 들어올 때 한 번, 마트에 갈 때 또 한 번 — 우리는 사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하느냐고 물으면 대답이 궁색하다. 우미건설이 2026 iF 디자인 어워드 본상을 받은 '디 인피닛 챔버(The Infinite Chamber)'는 바로 이 빈 시간을 다시 들여다본 프로젝트다.
iF 본상이 의미하는 자리
iF 디자인 어워드는 독일에서 시작된 70년 역사의 글로벌 디자인 상이다. 매년 70개국 이상에서 1만 건이 넘는 작품이 출품되고, 그중 상위 약 1%가 본상(iF Gold) 또는 위너(iF Winner) 등급을 받는다. 본상은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등급이다. iF 본상을 받은 작품은 향후 글로벌 건축·디자인 매체에서 인용·소개되는 빈도가 크게 높아진다 — 단순한 상이 아니라 글로벌 디자인 담론의 입장권 같은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다시 본다는 것
'디 인피닛 챔버'는 엘리베이터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짧은 휴식의 공간으로 재해석했다. 부드러운 조명, 차분한 마감재, 거주자에게 익숙한 시각적 모티프 — 이 모든 요소를 1~2분 짜리 이동 시간 안에 응축해냈다. 결과적으로 입주민이 엘리베이터에 들어서는 순간을 '복도의 연장'이 아니라 '집의 시작' 또는 '도시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첫 번째 환영'으로 만들었다.
엘리베이터를 디자인 대상으로 본다는 발상 자체는 새롭지 않다. 일본의 럭셔리 호텔이나 유럽의 부띠끄 빌딩들은 오래전부터 엘리베이터 인테리어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한국의 일반 주거 단지에서 엘리베이터가 디자인 대상이 된 사례는 드물었다. 한국에서 엘리베이터는 보통 '안전 + 효율'의 두 단어로 정의된다. 그 정의에 '경험'이라는 세 번째 단어를 추가한 것이 '디 인피닛 챔버'의 기여다.
"엘리베이터는 1~2분의 짧은 시간이지만, 매일 반복된다. 매일 반복되는 1분이 곧 한 사람의 도시 경험을 정의한다."
한국 건설사가 디자인사로 진화하는 순간
우미건설의 이번 수상은 개별 프로젝트 한 건의 의미를 넘어선다. 한국의 대형 건설사들이 점점 자신을 '건물을 짓는 회사'가 아니라 '경험을 디자인하는 회사'로 재정의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지난 몇 년간 한국 건설사들은 단지 내 커뮤니티 공간, 로비, 외부 조경 등에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투입해왔다. 엘리베이터까지 디자인 대상에 포함됐다는 것은, 그 흐름이 한 단계 더 깊어졌다는 뜻이다.
일상의 1분을 다시 생각한다
건축에서 가장 큰 가치를 만드는 공간은 사실 가장 화려한 공간이 아니라 가장 자주 쓰이는 공간이다. 거실보다 화장실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침실보다 부엌에서 더 많은 결정을 내리고, 로비보다 엘리베이터를 더 자주 거친다. '디 인피닛 챔버'가 던지는 진짜 질문은 — 매일 반복되는 1분의 공간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 — 다. 이 질문은 엘리베이터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편집장 코멘트
한국 건설사가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의 본상을 받는다는 것은 ARCHINODE의 비전과 정확히 같은 방향이다. 한국 건축·디자인이 글로벌 시장에서 따라가는 위치가 아니라 인정받는 위치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다. 글로벌 자재 브랜드 입장에서 한국은 더 이상 그저 큰 시장이 아니라, 디자인 안목이 검증된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시장의 안목이 높아지면 자재 시장도 그에 맞춰 진화한다 — 이것이 ARCHINODE가 주목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