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서울시에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의 상세한 정보 공개를 공식 요구한 자리였다. 핵심은 단 하나다 — 세운4구역의 높이 규제 완화는 정당한가, 그리고 그 결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 질문은 종로 한복판의 한 구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도시가 어떤 방향으로 변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이다.

세운상가가 있던 자리

세운4구역은 서울 종로 한복판에 위치한 도심 재개발 지역이다. 한때는 한국 전자산업의 중심이었던 세운상가의 일부 — 1960년대 후반 김수근의 설계로 지어진 한국 모더니즘 건축의 상징적 공간 — 와 함께 묶여 오랜 시간 재개발 논의가 이어져온 자리다. 도심 한복판에 있다는 이점, 종묘·창덕궁 등 세계문화유산과의 인접성, 그리고 노후한 건물들이 만들어내는 도시 풍경까지 — 이 자리는 항상 '재개발이 필요하다'와 '보존이 필요하다' 사이의 긴장 위에 있었다.

서울 종로 도심 풍경
세운4구역은 종묘·창덕궁과 인접한 서울 도심 한복판이다

이번 높이 규제 완화의 쟁점은 단순하다.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되면 사업성이 올라가고, 사업성이 올라가면 재개발이 빨라진다. 그러나 더 높은 건물은 도심 스카이라인을 바꾸고, 종묘·창덕궁의 역사적 시야를 침해할 가능성도 있다. 경실련의 정보 공개 요구는 이 트레이드오프의 의사결정 과정이 충분히 투명했는가를 묻는 행위다.

스카이라인은 누구의 것인가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사적 자산이 아니라 공공재다. 한 구역의 높이 규제는 그 구역 소유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도시를 매일 걷는 모든 시민의 시각적 경험을 결정한다. 종묘 앞에서 위를 올려다볼 때 보이는 하늘, 광화문에서 동쪽으로 본 풍경, 청계천을 따라 걸을 때 좌우로 펼쳐지는 도시의 두께 — 이 모든 것이 높이 규제의 결과다.

"한 구역의 높이는 그 구역 소유자만의 결정이 아니다. 그 결정은 도시 전체의 시각적 공유 자원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높이 규제를 완화한다는 것은 단순히 사업성을 높이는 행정적 결정이 아니라, 도시의 공공재 일부를 사적 영역으로 이전하는 결정이다. 그 결정의 정당성은 절차의 투명성과 결과의 공공성으로 검증되어야 한다. 누구의 동의를 얻어 결정했는가, 어떤 비용·편익 분석을 거쳤는가, 완화된 높이로 인한 시각적 영향을 어떻게 측정·보완했는가.

도심 재개발이 도시를 바꾸는 방식

세계 여러 도시가 같은 고민을 거쳐왔다. 파리는 도심 높이 규제를 매우 엄격하게 유지하면서 외곽으로 고층을 밀어냈다. 런던은 시티 중심에 한해 고층을 허용하되 시야 통로(view corridor)를 법으로 보호했다. 빈은 유네스코의 압박에 응답하면서도 일부 고층 개발을 허용해 양측의 갈등을 안고 있다. 한국 서울이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 그리고 이 명확하지 않음이 정확히 경실련이 지적하는 지점이다.

현대 도시의 건축 풍경
스카이라인은 사적 자산이 아니라 도시의 공공재다

도시는 사람을 기억한다

건물은 한번 지어지면 최소 30년, 길게는 100년 그 자리에 있다. 그 시간 동안 매일 수만 명의 사람들이 그 옆을 걷고, 그 그늘에 들어가고, 그 창에 비친 도시를 본다. 한 번의 높이 규제 완화는 30년치 도시 경험을 결정한다. 그러므로 이 결정은 빠를 필요가 없다. 정확할 필요가 있다.

편집장 코멘트

ARCHINODE는 자재와 디자인을 다루는 매거진이지만, 자재와 디자인은 결국 도시 위에 놓인다. 도시의 결정 구조가 투명하고 공공적이지 않으면, 그 위에 놓이는 어떤 자재와 어떤 디자인도 진정한 가치를 가지기 어렵다. 세운4구역의 사례는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봐야 하는 일이다 — 도심 재개발이 더 좋은 도시로 이어질 것인가, 아니면 단지 더 큰 사업으로 이어질 것인가. 이 질문은 향후 10년 한국 도시 정책의 향방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