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6일, 세종시. 대한건축사협회 회원 500명이 정부청사 앞에 모였다. 정부가 추진 중인 '건축물관리법' 하위법령 개정안과 공공공사 감리 일원화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였다. 일반 독자에게는 다소 낯선 이슈일 수 있다. 그러나 이 갈등의 본질은 단순하다 — 건축물의 안전을 누가, 어떻게 지킬 것인가.
감리 일원화란 무엇인가
현재 한국의 공공공사 감리는 영역별로 나뉘어 있다. 설계 감리, 시공 감리, 해체공사 감리. 각 단계마다 전문 감리자가 독립적으로 검증하는 구조다. 정부의 개정안은 이 구조를 통합·일원화하는 방향이다. 명분은 '효율성과 책임 명확화'. 여러 감리 주체가 분리되어 있을 때 발생하는 비용 중복과 책임 회피를 줄이고, 단일 감리 체계로 의사결정을 빠르게 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건축사협회의 입장은 다르다. 5월 6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협회는 "공공공사 감리를 일원화하는 정책이 도입될 경우 기존 해체공사감리가 지닌 업무 독립성이 심각하게 타격을 입는다"고 비판했다. 핵심은 '독립성'이다. 해체공사 감리는 시공자와 분리되어 있어야 시공자의 압력에서 자유롭게 안전을 검증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일원화로 인해 감리자가 시공자에게 종속되는 구조로 바뀌면, 감리 본래의 견제 기능이 무너진다는 우려다.
비용 효율과 안전 견제 — 두 가치의 충돌
정부의 명분과 건축사협회의 우려는 사실 둘 다 일리가 있다. 분리된 감리 체계의 비용 중복은 실재한다. 동시에 분리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견제 기능도 실재한다. 문제는 어느 쪽을 더 우선할 것인가다. 한국에서는 지난 십 년간 광주 학동, 부산 해운대 등 해체·시공 단계의 안전 사고가 반복되었다.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감리가 제 역할을 못 했다'는 지적이 따라왔다. 그렇다면 감리 체계를 통합해서 책임자를 분명히 하자는 정부 안과, 통합하면 견제 기능이 약해진다는 협회 안 — 어느 쪽이 더 안전을 보장하는가에 대한 정치적 판단이 필요하다.
"감리는 비용이 아니라 견제 장치다. 효율성을 명분으로 견제 기능을 약화시키면, 절감한 비용보다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를 수 있다."
현장은 무엇을 말하는가
현장 건축사들의 입장은 단일하지 않다. 일부 베테랑 건축사들은 분리된 감리 체계의 비효율을 인정하면서도, 통합의 방식이 지금처럼 '시공사 친화적'으로 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본다. 다른 한편으로 젊은 건축사들 사이에서는 일원화로 인해 감리 시장에서 중소 건축사사무소가 대형사에 흡수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시장 측면에서 보면 일원화는 곧 감리 시장의 대형화·집중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책이 지나가는 길에 무엇이 남는가
이 갈등의 결과는 단지 건축사들의 직역 보호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의 건축물 안전 체계가 향후 10~20년 어떻게 작동할지를 결정하는 분기점이다. 효율과 견제, 책임의 명확화와 권한의 분산 — 두 축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잡을 것인가. 이번 집회는 그 논의의 시작점에 불과하다.
편집장 코멘트
ARCHINODE는 자재 플랫폼이지만, 자재의 가치는 결국 시공의 안전과 함께 평가된다. 아무리 좋은 자재도 부실 시공 위에서는 의미가 없고, 감리 체계가 무너지면 자재 검증의 마지막 방어선도 무너진다. 이번 집회가 던진 질문은 ARCHINODE 같은 시장 참여자들도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 '효율'이라는 단어가 '안전'을 가리는 명분이 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