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Studio(UNS)가 서울 북동부 옛 철도·공장 부지에 현대산업개발(HDC)을 위해 설계한 40만 5천㎡ 규모의 마스터플랜 'SeoulOne'을 공개했다. 모든 세대를 위한 차 없는 '걸어서 10분 생활권'을 표방한다 — 주거, 오피스, 호텔, 병원, 어린이집, 요양시설이 모두 도보권에 있고, 부지의 30% 이상을 녹지로 채운다. 이미 착공에 들어간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조감도가 아니다. 그래서 더 까다로운 질문이 필요하다.

승부는 지하에서 난다

도면상으로 '차 없는 동네'는 깔끔하다. 문제는 지하다. 40만 5천㎡ 부지에서 차를 지상에서 완전히 걷어내려면 물류·주차·소방동선을 전부 지하로 내려야 하는데, 이게 공사비와 공기(工期)의 핵심 변수다. 24시간 주거동에 호텔·병원·요양시설까지 들어가면 새벽 납품 트럭, 응급차, 폐기물 수거 동선이 끊임없이 움직인다. 이걸 지하 한 층에서 소화하려다 보면 지하 굴착 깊이와 램프 경사도에서 설계와 현장이 부딪친다.

"이미지는 차가 없지만, 그 차들은 다 지하로 내려간다 — 승부는 지하에서 난다."

옛 철도·공장 부지라는 점도 양날의 검이다. 평탄한 대형 단일부지는 시공엔 유리하지만, 토양오염 정화(브라운필드)와 지장물 처리가 선행돼야 해 착공 후 첫 1~2년은 '땅 치우는' 기간이 된다. 그럼에도 이미 착공했다는 사실은 의미가 크다. 마스터플랜 이미지만 공개하고 멈추는 프로젝트가 부지기수인데, 부지 정리에 들어갔다면 시행사(HDC)가 실제 자본을 투입했다는 뜻이다. 주의할 리스크는 상가·오피스·호텔이 수직으로 쌓이는 복합 앵커동 'The Cube'다 — 임대 시장이 식으면 중간층 오피스가 가장 먼저 빈다.

녹지율 30%, 진짜인가 숫자인가

가장 눈에 띄는 수치는 '부지의 30% 이상을 식재(植栽)에 할애'다. 포켓파크, 옥상정원, 빗물정원, 숲길까지 깐다고 했다. 다만 '녹지율 30%'는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옥상정원·인공지반 녹화를 포함한 수치인지, 자연지반 녹지만의 비율인지에 따라 생태적 가치는 크게 갈린다. 한국의 G-SEED(녹색건축인증)에서도 자연지반 녹지와 인공지반 녹지는 배점이 다르다. 인공지반 위 얇은 토심의 옥상정원은 탄소흡수와 우수 저류 효과가 자연지반의 일부에 그친다.

더 본질적인 친환경 포인트는 '차 없는 도시' 그 자체다. 걸어서 10분 생활권은 자가용 통행을 구조적으로 줄여 운영단계 탄소를 낮춘다. 이건 마케팅이 아니라 도시계획의 실질적 감축 수단이다. 단, 브라운필드 재생은 토양오염 정화에 에너지가 들어가는 만큼, '폐부지 재활용'이라는 환경적 이점과 정화 비용을 함께 봐야 정직한 평가가 된다. 청정에너지·스마트시티 기술을 언급했지만, 실제 인증 등급(G-SEED 최우수, 제로에너지빌딩 등급)이 공개돼야 그린워싱 여부를 가릴 수 있다.

'동네'인가, 게이티드 컴플렉스인가

'걸어서 10분 도시'는 이미 전 세계 마스터플랜의 단골 수사다 — 파리의 '15분 도시', 멜버른의 '20분 동네'. 개념은 매력적이지만, 한국에서 검증할 질문은 다르다. 24시간 주거동, 호텔, 오피스, 병원, 요양시설을 한 부지에 욱여넣은 초고밀 복합개발이 정말 '동네'인가, 아니면 외부와 단절된 '게이티드 컴플렉스'인가. 모든 서비스가 단지 안에 있다는 건 편리함인 동시에, 그 단지를 소유·임대한 사람만 누리는 폐쇄적 생활권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빠진 숫자도 많다. 보도자료는 '다세대 공존(multigenerational)'을 내세우지만, 분양가·임대료 구간은 공개되지 않았다. 요양시설과 24시간 주거가 결합된 모델이 실제로 노년층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인지, 아니면 고소득층 전용 '실버 프리미엄'인지가 핵심인데 그 숫자가 없다. 또 하나, 시행사 HDC는 2022년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를 낸 회사다. 40만 5천㎡ 초대형 복합단지의 안전·품질 관리 역량에 대한 질문은 화려한 조감도 뒤에서 사라져선 안 된다.

편집장 코멘트

SeoulOne은 '걷는 도시'라는 개념이 한국의 밀도, 한국의 땅값 경제, 한국의 시공 현실과 부딪쳐도 살아남는지를 시험하는 가장 야심찬 무대다. 자가용 의존을 줄인다는 진짜 성과는 분명하고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이것이 모델 도시인지 럭셔리 거주지인지는 세 개의 숫자가 가른다 — 자연지반 녹지율, 실제 에너지 인증 등급, 그리고 약속한 '다세대' 주거의 가격 구간이다. 자재·마감 브랜드에게 차 없는 친환경 복합 대형부지는 10년에 한 번 오는 시방서 기회다 — 단, 스카이라인만큼 지하 도면을 꼼꼼히 읽는다는 전제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