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1일, 미국 건축 전문지 아키텍처럴 레코드가 해마다 주목할 신생 스튜디오를 꼽는 '디자인 뱅가드 2026'을 발표했다. 명단에는 2018년 박희찬이 서울에 설립한 다섯 명의 작은 팀, 스튜디오 히치가 들어 있었다. 이 선정은 수상 목록에 한 줄이 더해진 사건이라기보다, 작은 신호로 읽힌다. 사물과 전시, 파빌리온과 건물 사이의 어색한 이음매에서 일하는 한국 스튜디오가, 해외에서 하나의 또렷한 목소리로 읽히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세계는 왜 다섯 명의 스튜디오를 봤나
디자인 뱅가드는 가장 큰 건물이나 가장 사진이 잘 받는 입면에 주는 상이 아니다. 아키텍처럴 레코드는 이 명단으로 향후 10년의 사고방식을 바꿀 만한 실무를 짚는다. 박희찬의 경로는 높이 쌓기보다 넓게 펼치는 쪽에 가깝다. 영국 UCL 바틀렛 건축대학원에서 석사와 포스트그래듀에이트 디플로마를 받고, 런던의 홉킨스 아키텍츠에서 5년간 일한 뒤 서울로 돌아와 스튜디오를 열었다. 그 스튜디오는 산업 제품과 전시, 임시 파빌리온, 인터랙티브 설치, 그리고 건물을 함께 다룬다. 전문화를 보상하는 업계에서, 여럿으로 남기를 택한 것 자체가 하나의 입장이다.
아키텍처럴 레코드는 스튜디오의 전환점으로 작은 사물 하나를 지목한다. 문화공간으로 개조된 양조장을 위해 만든 목재·철 스툴이다. 탑도 아니고 미술관도 아닌, 스툴. 가구 한 점이 한 회사의 정체성을 짊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이 스튜디오가 무게를 어디에 두는지 말해준다. 박희찬에게 스툴과 건물은 규모만 다를 뿐 같은 질문에 속한다. 하나의 사물은 어떻게 만들어지며, 그 만들어짐은 사물 안에 무엇을 남기는가.
건축은 스냅숏이 아니라 시퀀스다
"건축은 완성된 형태가 되기 전에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고 박희찬은 말한다. 이 문장은 구호 이상이다. 스튜디오의 작업 상당수는 오래된 건물을 다시 쓴다. 방짜유기박물관, 산양양조장. 재생은 시간을 전면으로 끌어낸다. 그 구조가 나에게서 시작된 척할 수 없다. 누군가의 수십 년 치 결정을 물려받아, 그 위에 내 장(章)을 더할 뿐이다. 박희찬은 건축이 "경험의 연속으로 펼쳐지는 방식 — 어떻게 지각되고, 거주되고, 시간에 따라 변형되는가"에 관심이 있다고 말한다. 건물은 개관일에 찍은 사진이 아니다. 건축가가 떠난 뒤에도 계속 돌아가는 한 편의 영화다.
"건축은 완성된 형태가 되기 전에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스툴과 건물은 규모만 다른 같은 질문이다 — 만들어짐은 무엇을 남기는가.
이 감수성은 건축적 기억이 더 긴 도시들에서와 한국에서 다르게 내려앉는다. 이곳의 기본 동사는 오랫동안 '헐고 다시 짓기'였다. 마흔 살이 된 건물은 유산이라기보다 재개발의 기회로 취급된다. 옛 양조장의 뼈대를 남기기로 택하고, 새로 더한 켜의 이음매를 감추기보다 드러내도록 설계하는 스튜디오는, 도시와 그 자신의 과거 사이의 다른 관계를 조용히 주장하는 셈이다. 예정된 작업들도 같은 선을 잇는다. 제주의 성 베네딕도 순례자의 집, 평창 대관령 산속의 주택, 서울 동대문의 주택 — 규모는 작고, 의도는 느긋하다.
한국은 세계 지도 어디에 있나
2026년 명단 전체와 나란히 놓고 보면, 이 선정은 한국 디자인이 지금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말해준다. 오랫동안 한국에 대한 국제적 서사는 수출 규모의 것이었다. 큰 회사, 큰 탑, 큰 기술. 디자인 뱅가드는 정반대 끝에서 일한다. 기록을 세우기 전에 분위기를 만드는 작은 스튜디오를 본다. 서울의 다섯 명짜리 실무가, 같은 주에 같은 잡지가 세계의 다른 신생 회사들을 함께 조명한 그 명단에 등장했다는 것은, 한국이 더는 시장이나 제조 기지로만 읽히지 않고 수입할 가치가 있는 디자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곳으로 읽히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편집장 코멘트
ARCHINODE 입장에서 스튜디오 히치 이야기는 유용한 교정이다. 자재·디자인 플랫폼은 자연히 새것 쪽으로 끌린다. 출시, 스펙, 다음 마감재. 그러나 이 스튜디오의 논지 전체는 가치가 시간 속에서, 재사용 속에서, 옛것과 새것 사이의 드러난 이음매 속에서 쌓인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한국의 리노베이션·리모델링 시장이 잘 설득해야 할 논점이다. 건물을 남기는 일은 디자인에 대한 타협이 아니라, 그 자체가 디자인일 수 있다. 주목할 브랜드는 설치 당일보다 10년 차에 더 좋게 읽히는 제품을 만드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