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보도는 2026년 국내 정비사업 수주액을 약 80조원으로 잡는다. 무대는 서울의 핵심지 — 압구정·성수·여의도·목동이다. 압구정3구역 하나의 사업비만 약 7조원에 달하고,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는 약 30조원 규모의 초대형 재건축 시장으로 추산된다. 숫자는 압도적이다. 더 어려운 질문은 그것을 실제로 누가 가져가고, 누가 위험을 짊어지느냐다.
전장이 이동했다
지도는 구체적이다. 지난해 9월 현대건설이 압구정2구역을 가져간 뒤, 올해 3·4·5구역이 시공사 선정에 들어갔다. 성수1지구의 사업비는 약 2조1540억원, 2지구는 약 1조8000억원이다. 현장 사람이라면 익숙한 패턴이다. 압구정이 마무리되면 전장은 성수·여의도·목동으로 옮겨간다. 시공사들 사이에 도는 '압·여·성·목'이라는 말은, 앞으로 몇 년치 간판급 수주가 어디에 있는지를 압축한 표현이다.
그런데 누가 판에 있는지 보라. 2025년 시공 수주 1위는 현대건설로 10조5105억원, 7년 연속 1위였고, 삼성물산이 9조2388억원으로 2위였다. 두 회사의 합계는 10대 건설사 전체 수주액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80조 시장은 실재하지만 고르게 나뉘지 않는다. 소수의 대형사가 트로피 구역을 좇는 동안, 중견사들은 모아타운과 더 작은 블록 같은 틈새에서 사냥한다 — 업계가 '틈새전'이라 부르는 싸움이다.
헤드라인에 빠진 단어, '완주'
80조라는 숫자가 가리는 대목이 여기 있다. 시공사 선정에서 이긴다고 사업이 끝나는 게 아니다. 2026년 전망을 짚는 업계 분석가들은 한 단어로 자꾸 돌아온다 — 완주다. 공사비는 여전히 오르고(4월 건설공사비지수 136.88, 철근·아스콘 강세로 전년 대비 4.4% 상승), PF 자금은 여전히 빡빡하다. 화려한 수주와 실제 인도된 건물 사이의 간극이 바로 거래가 멈추는 곳이다. 2026년에 첫 삽을 뜬 정비사업이 2029년에도 공사비를 재협상하고 있을 수 있다.
"수주는 기념사진이다. 계속 움직이는 공사비 위에서 건물을 완주하는 것 — 그게 진짜 경쟁이다. '압·여·성·목'은 계약한 자가 아니라 완주하는 자가 결정한다."
실수요자 — 자기 아파트가 판돈인 조합원 — 입장에서 80조라는 숫자는 오해를 부르는 위안일 수 있다. 사업비가 크다고 곧 좋은 거래는 아니다. 오르는 비용을 메우기 위한 분담금이 커진다는 뜻일 수도, 일정이 길어진다는 뜻일 수도, 입주 전 다른 곳에서 더 오래 살아야 한다는 뜻일 수도 있다. 거주 조합원의 질문은 '시장이 얼마나 큰가'가 아니라 '내 추가 분담금이 얼마고, 언제 실제로 돌아가 사느냐'다. 헤드라인이 아니라 그 두 숫자가 조합원의 승패를 가른다.
집중에는 비용이 따른다
흥분 아래에는 구조적 우려가 있다. 가장 역량 있는 시공사와 가장 많은 자본이 소수 핵심지에 몰리면, 그 밖의 정비사업은 둘 다 굶는다. 서울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보이는 양극화가 여기서도 반복된다. 트로피 구역은 더 빠르고 자원이 풍부한 재건축을 얻고, 평범한 동네는 더 적은 것을 더 오래 기다린다. 대부분이 네 개 구역으로 흐르는 80조 시장은 모든 배를 띄우는 밀물이 아니다 — 마리나에만 집중되는 밀물이다.
편집장 코멘트
ARCHINODE 입장에서 80조 정비사업 사이클은 정밀하게 읽을 가치가 있는 수요 신호다. 간판 구역 — 압구정·여의도 — 은 프리미엄·럭셔리 마감재를 끌어당긴다. 시공사들이 조합을 따내고 유지하려 사양 경쟁을 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임라인 리스크는 실재한다. 2026년에 잡힌 수주는 2~4년 뒤, 계속 움직이는 비용 위에서 자재 구매로 바뀐다. 이 물결을 노리는 브랜드는 빠른 수요가 아니라 길고 들쭉날쭉한 수요 곡선을 전제로 계획해야 하며, 갓 계약된 사업이 아니라 '완주 단계'에 든 사업을 신뢰할 만한 구매 시점으로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