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은 래미안 원페를라의 외관과 커뮤니티 디자인이 2026 런던 디자인 어워즈 건축 디자인 부문에서 금상(GOLD)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래미안 원펜타스에 이은 2년 연속 금상이다. 국제시상식협회(IAA)가 주관하는 이 공모전에는 올해 40여 개국에서 2,000여 개 작품이 출품됐고, 38명의 글로벌 심사위원이 창의성과 콘셉트를 평가했다. 한국 아파트 브랜드가 받아 든 트로피는 분명 실재한다. 다만 그 트로피가 무엇을 증명하는지는 따져볼 문제다.
무엇이 금상을 받았나
'원페를라'는 '단 하나의 빛나는 진주'를 뜻한다. 콘셉트의 중심은 차별화된 주거 경험이다. 외관은 수평성과 수직성을 엮은 기하학적 디자인을 강조했고, 커튼월룩과 수직 루버를 더해 입체감을 살렸다. 전체는 브라운 계열 색상으로 감싸 모던하고 절제된 톤을 냈다. 다시 말해 심사위원이 높이 산 것은 평면도나 구조 아이디어가 아니라, 행인이 보는 표면과 입주자가 쓰는 공용 공간이다. 한국 아파트가 경쟁하기로 택한 전선(戰線)이 바로 여기다.
수상인가, 광고인가
회의적인 독법도 정당하다. 런던 디자인 어워즈는 출품비를 내는 상업 공모전이지, 프리츠커나 AIA 어워드처럼 동료 건축가들이 심사하는 학술적 건축상은 아니다. 2,000개 출품에 심사위원 38명이라는 규모는 수상 풀이 넓다는 뜻이고, 금상도 단 하나의 트로피가 아니다. 그렇다고 이 수상이 가짜인 것은 아니다. 다만 트로피의 일차 목적지가 건축이라는 분야가 아니라 보도자료라는 점은 분명하다. 힐스테이트·푸르지오·더샵과 브랜딩 전쟁을 벌이는 건설사에게 국제 '금상'은 무엇보다 마케팅 자산이다. 디자인은 촬영되기 위해 만들어졌고, 수상은 그 사진을 인증한다.
"트로피는 실재한다. 그러나 그 첫 목적지는 건축이라는 분야가 아니라 보도자료다."
그렇다고 마케팅으로만 치부하면 놓치는 것이 있다. 2년 연속이라는 사실은 이 외관·커뮤니티 패키지가 우연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디자인 시스템, 즉 삼성물산이 필요할 때 재현할 수 있는 하우스 스타일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집을 사는 사람에게는 트로피보다 이 일관성이 더 중요하다. 외관 색, 소재의 문법, 공용 공간이 분양 브로슈어를 위해 막판에 덧붙여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하나로 설계됐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한국 대량 주거가 만들어지는 방식에서, 작지만 실질적인 진전이다.
K-주거 디자인의 현재 좌표
세계적으로 아파트 타워는 디자인의 대상으로 잘 다뤄지지 않는다. 그것은 인프라다. 한국은 대량 주거의 외관을 브랜드화된 경쟁 대상으로 바꾼 몇 안 되는 시장이고, 이제 그 논리를 국제 시상 무대로 수출하고 있다. UIA 세계건축대회에서 서울이 밀어붙인 K-아키텍처 전략과 겹쳐 읽으면 하나의 패턴이 보인다. 한국은 자국 주거 디자인이 글로벌 담론의 대상이 될 자격이 있다는 주장을 쌓고 있다. 브라운 외관과 커튼월룩이 건축사를 다시 쓰지는 못한다. 그러나 한국 주거를 세계 무대에서, 그것도 반복적으로 평가받게 하려는 야심 자체가 주목할 만한 변화다.
편집장 코멘트
ARCHINODE 입장에서 교훈은 트로피가 아니라 자재에 있다. 건설사가 평형이 아니라 외관과 커뮤니티로 경쟁하면, 수요는 건축 마감재·수직 루버·커튼월 시스템·색상이 제어된 클래딩으로 옮겨간다. 브랜드 플랫폼이 먹고사는 바로 그 부가가치 카테고리다. 수상은 마케팅이다. 그러나 그 뒤의 디자인 시스템은 조달 신호다. 한국 대량 주거는 외관을 점점 더 의도적으로 구매하고 있고, 단순히 단가가 싼 제품이 아니라 일관된 소재의 문법을 공급하는 브랜드가 다음 스펙을 따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