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20일부터 26일까지 열린 제64회 밀라노 디자인 위크. 살로네 델 모빌레와 푸오리살로네를 축으로 전 세계 디자인계가 모이는 일주일에서, 삼성전자는 'Design is an Act of Love(디자인은 사랑의 행위)'라는 한 문장을 들고 나왔다. 가전 제조사가 박람회에 신제품을 내놓는 자리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 '왜 디자인하는가'를 묻는 자리였다.

몰입형 공간으로 풀어낸 '사랑'

삼성이 밀라노에 만든 공간은 단순 제품 진열이 아니었다. 'Design is an Act of Love'를 주제로 한 몰입형 전시 공간 안에서 관람객은 최신 제품과 함께 다양한 실험적 콘셉트 디자인을 동시에 경험했다. 삼성 디자인 공식 채널은 이 전시를 통해 "사용자의 일상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디자인한다"는 브랜드 철학을 시각화했다고 설명한다. 단어 그대로 받아들이면 다소 추상적이지만, 글로벌 무대에서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 삼성은 더 이상 스펙으로만 경쟁하는 회사가 아니라는 선언이다.

현대적인 디자인 가전 공간
가전이 라이프스타일이 되는 시점 — 삼성의 밀라노 메시지

이 자리가 의미하는 것

밀라노 디자인 위크는 가구·인테리어·디자인 분야의 최고 권위 무대다. 살로네 델 모빌레가 본 전시이고, 도시 전체에서 펼쳐지는 푸오리살로네가 비공식 전시다. 가전 제조사가 이 자리에 참가한다는 것 자체가 사건이다 — 보통 이 무대는 카시나, 비트라, 폴트로나 프라우 같은 가구 브랜드의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 하이얼과 피셔앤파이클도 프리미엄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기 위해 밀라노에 출격했고, 렉서스는 '스페이스(SPACE)'와 '디스커버 투게더 2026' 등 5개 작품을 출품해 신진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세 회사 모두 공통점이 있다 — 자동차나 가전을 만드는 회사가 디자인 무대에 등장한 것. 이는 글로벌 산업 구조의 재편을 보여주는 신호다. 제조업이 디자인을 자기 정체성의 핵심으로 끌어올리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로 들어선 것이다.

"밀라노에서 시작된 트렌드가 한국에 도착하기까지 보통 1~2년이 걸린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국 기업이 그 트렌드를 만드는 자리에 직접 섰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 전시 현장
제64회 밀라노 디자인 위크, 2026년 4월 (이미지: Unsplash)

3년 후를 미리 보는 자리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공개된 트렌드는 보통 1~2년 뒤 한국 시장에 도착한다. 가전이 가전이 아니라 가구처럼 보이는 흐름, 제품 단위가 아니라 공간 단위로 디자인을 풀어내는 흐름, 기능보다 감성을 앞세우는 흐름 — 이 모든 것이 2027~2028년 한국 거실에서 드러날 변화다. 삼성이 이번 전시에서 던진 '사랑'이라는 단어는 그 변화의 출발점에 있는 키워드일 수 있다.

편집장 코멘트

한국 기업이 글로벌 디자인 무대에서 트렌드를 따라가는 위치를 넘어 만드는 위치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은 ARCHINODE의 핵심 가설을 뒷받침한다. 글로벌 브랜드의 한국 진출, 한국 디자인의 글로벌 진출 — 양방향 흐름이 동시에 빨라지고 있다. 가구·자재 브랜드들도 가전사가 보여준 길을 빠르게 따라갈 것이다. 이미 럭셔리 가구 브랜드들은 더 이상 '제품 회사'를 자처하지 않는다. 그들은 라이프스타일을 큐레이션하는 브랜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