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대전 산림복지종합교육센터(지상 7층, 27.6m)가 본격 가동되면서 한국의 목조건축 논의는 더 이상 '가능성'에 머물지 않게 되었다. 건축법에서 목조건축의 층수 제한이 삭제된 조치는 다층·대형 목조 건축물이 도시 한복판에 설 수 있는 무대를 공식적으로 열었다. 이제 질문은 지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산업이 어떻게 응답하느냐다.
5층에서 7층으로, 그리고 그 너머
얼마 전까지 한국 최고층 목조건축은 2018년 완공된 경북 영주 한그린목조관(5층, 19.1m)이었다. 이번 대전 산림복지종합교육센터는 이 기록을 약 9m 차이로 갈아치웠다. 지상 78%는 목구조, 지하 22%는 철근콘크리트로 구성됐다. 사용된 목재는 약 1,449㎥, 그중 67%가 국산이며 저장된 탄소량은 약 242톤이다. 이 숫자들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중층 목조건축이 기술적·구조적으로 가능하다는 실증이다.
국제 기준으로 보면 격차는 여전히 크다. 노르웨이 미예스토르네트(Mjøstårnet)는 지상 18층 85.4m, 미국 밀워키 어센트(Ascent)는 25층 86.6m에 이른다. 한국의 27.6m는 글로벌 기준에서는 입문 단계다. 그러나 법과 정책은 물리적 가능성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선례로 움직인다. 7층 목조건축이 안전하게 운영되는 순간, 다음 9층, 12층 프로젝트를 막을 명분은 빠르게 약해진다.
현장은 아직 따라오지 못했다
법은 바뀌었지만 공급망은 그렇지 못하다. 국산 CLT(직교집성판)와 Glulam(공학목재 집성재) 생산량은 다층 목조 시장이 요구할 물량에 한참 못 미친다. 대전 프로젝트는 국산화율을 67%까지 끌어올렸지만, 대형 CLT 패널 다수는 여전히 오스트리아, 독일, 캐나다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목조건축 시장이 확장되려면 세 가지가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 국산 엔지니어드 우드 생산능력, 내화 디테일 인증 체계, 그리고 목조 기둥·보 시공을 실제로 아는 시공사 풀(pool)이다.
"건축법은 허용하지만 시장은 따라오지 못한다. 인증받은 국산 CLT 생산자, 내화 표준 디테일, 숙련 시공팀이 없는 상황에서 7층 목조 프로젝트는 같은 규모 RC 공사 대비 여전히 1.4~1.7배 비싸다."
내화 안전 문제는 따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공학목재 기둥과 보는 화재 시 표면이 탄화하면서 내부 하중지지 코어를 보호한다. 유럽과 북미의 실물 화재 실험이 이를 반복적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한국 건축 심의기관과 보험 업계는 아직 그 신뢰를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목조 프로젝트는 이미 내화 등급을 받은 기둥에 석고보드 추가 피복을 덧씌우게 되고, 그만큼 비용과 자중(自重)이 함께 늘어난다. 국토부와 LH가 검증한 표준 디테일 라이브러리가 마련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탄소를 저장하는 스카이라인
더 큰 이야기는 기후다. 콘크리트와 철강은 합쳐서 전 세계 탄소 배출의 약 15%를 차지한다. 반면 공학목재는 탄소를 건물 안에 가두어 둔다. 대전 사례의 242톤은 내연기관차 약 50대를 1년간 도로에서 빼는 효과에 해당한다. 이를 공공 부문 파이프라인 — 학교, 도서관, 관공서, 중층 공공임대주택 — 에 곱하면 탄소 절감 효과는 국가 정책 단위로 의미를 갖기 시작한다. 한국의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은 사실상 이 전환을 요구한다. 선호가 아니라 산수다.
스펙시트에는 잡히지 않는 공간 질의 이슈도 있다. 목구조 건물에서는 기둥과 보가 곧 마감재다. 음 흡수, 습도·온도 조절, 노출된 결의 따뜻함 — 이런 요소들이 구조와 한 몸으로 따라온다. 특히 학교, 어린이집 같은 시설에서 목조의 교육적·감각적 가치는 상징이 아니라 측정 가능한 효과다.
산업은 어디로 가는가
자재 산업 입장에서 다층 목조 시대의 개막은 세 갈래의 기회를 만든다. 첫째, 공학목재 제조업이다. 국산 CLT·Glulam 생산자는 여전히 소수이고, 지금 진입하는 기업이 향후 10년의 표준을 만들게 된다. 둘째, 내화 접합부와 커넥터 하드웨어다. 두 CLT 패널을 연결하는 작은 브래킷도 고마진 특화 제품이 될 수 있다. 셋째, 노출 목재와 어울리는 마감재 — 음향 패널, 천연섬유 텍스타일, 무독성 스테인 등이다. 시장은 단순한 '목재'가 아니다. 목재를 둘러싼 생태계다.
경계해야 할 리스크는 수입 의존이다. 국내 공학목재 생산능력이 빠르게 확장되지 않으면 한국의 '목조건축 시대'는 결과적으로 한국 산림·공장이 아니라 오스트리아·캐나다 제재소에 보조금을 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대전 사례의 국산화율 67%는 천장이 아니라 바닥이 되어야 한다. 산림 정책과 건축자재 정책은 이제 하나의 문서로 읽어야 한다.
편집장 코멘트
ARCHINODE 입장에서 다층 목조 시대의 개막은 전략적 신호다. Stora Enso, Binderholz, KLH 등 국제 CLT·Glulam 브랜드는 한국을 처음으로 우선 시장으로 인식할 것이다. ARCHINODE의 위치는 단순 제품 카탈로그가 아니라 한국형 내화 디테일 라이브러리와 한국어 인증 문서를 함께 제공하는 온보딩 허브가 되는 것이다. 국내 측에서는 소규모 한국 공학목재 생산자를 대표 브랜드로 끌어올리는 것이 수입 대체를 구호에서 파이프라인으로 바꾸는 길이다. 7층 건물은 종착지가 아니라 산업이 움직이라는 신호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