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부터 한국의 모든 500억 원 이상 공공 건설 사업은 BIM(빌딩 정보 모델링)으로 설계·시공되어야 한다. 2028년에는 그 기준이 300억 원까지 내려간다. 2023년 상반기 62건이었던 공공 BIM 발주는 2024년 75건, 2025년 79건으로 꾸준히 늘어났고, 이제 그 흐름이 표준으로 자리 잡는다. 숫자만 보면 한 줄짜리 조달 정책 같지만, 그 아래에서는 산업 자체가 다시 짜이고 있다.
왜 소프트웨어 의무화가 산업을 바꾸는가
BIM은 흔히 '3D 도면'으로 설명되지만, 그 표현은 너무 좁다. BIM은 데이터베이스다. 건물의 보 하나, 배관 하나, 패널 한 장이 종이 위 선이 아니라 소재·치수·제조사·가격·수명 데이터를 함께 가진 객체로 저장된다. 설계자, 시공사, 가공업체, 자재 공급사가 같은 데이터베이스 위에서 작업하면, 설계 단계의 결정이 자동으로 조달과 시공 단계까지 흘러간다.
이걸 효율성이라 부른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권력이다. BIM 모델을 누가 통제하느냐가 곧 어느 회사가 어떤 일을 맡고, 어떤 자재가 채택되며, 어떤 제품이 배제되는가를 결정한다. BIM 라이브러리에 등록된 자재 브랜드와 그렇지 않은 브랜드의 현실은 완전히 다르다.
누가 살아남고 누가 밀려나는가
500억이라는 기준선은 임의가 아니다. 그 선은 한국 건설 산업을 깨끗하게 가른다. 상위 20개 종합건설사는 이미 BIM 팀을 운영한다. 그들에게 이번 의무화는 늦은 확인일 뿐이다. 중견 건설사는 선택의 기로다 — BIM 인력과 라이선스에 투자할 것인가, 아니면 공공 입찰 접근권을 잃을 것인가. 가족 단위로 운영되는 소규모 협력업체에게는 더 가파른 절벽이 기다린다. 많은 회사가 Revit 한 카피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다.
"BIM 의무화는 소프트웨어 이야기가 아니다. 모델이 만들어질 때 누가 그 테이블에 앉는가, 그리고 누가 다른 사람의 라이브러리 속 한 줄로 대체되는가의 이야기다."
훈련 문제도 있다. 한국에 BIM 코디네이터가 있긴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 대학에서 본격적인 BIM 과정을 도입한 것은 2010년대 후반이다. 의무화로 폭증할 수요는 공급을 앞지를 것이고, 그러면 인건비가 오르고 모든 사업이 같은 작은 풀을 두고 경쟁하게 된다. 의도적인 인력 계획이 없다면, 이 정책은 효율 대신 병목을 만든다.
글로벌 표준은 이미 말하고 있다
한국이 앞서가는 것은 아니다. 영국은 2016년에 공공사업에 BIM Level 2를 의무화했다. 싱가포르는 그보다 빨랐다. 일본은 올해 인허가 절차를 BIM 기반 도면으로 전면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방향은 명확하다 — BIM이 건설의 언어가 되어가고, 각국의 타이밍이 그 전환의 통증을 결정한다.
한국이 후발주자라 누리는 이점은 실재하지만 제한적이다. 후발주자는 다른 시장에서 성숙한 워크플로우를 베껴올 수 있다 — 그러나 동시에 이미 표준을 장악한 외국 소프트웨어 벤더와 마주한다. 오토데스크 레빗, 벤틀리, 트림블 — 사실상 모든 BIM 저작 도구가 외국 제품이다. 의무화 정책에 따라 한국의 엔지니어링 데이터가 외국 회사가 소유한 도구 위에서 만들어지는 셈이다.
자재 브랜드에게는 어떤 의미인가
설계자가 BIM 모델에 창호를 끌어다 놓을 때, 그 창호는 라이브러리에서 온다. 당신 브랜드의 제품이 그 라이브러리에 — 적절한 LOD(상세 수준), 단열 성능, 인증 데이터와 함께 — 등록되어 있다면, 후보다. 없다면 설계 단계에서 보이지 않고, 조달 단계에서 대체품으로 겨우 다투게 된다. 가장 나쁜 자리다. 앞서가는 자재 브랜드들은 이제 BIM 라이브러리 등록을 엔지니어링 잡일이 아니라 마케팅 기능으로 다룬다.
편집장 코멘트
ARCHINODE의 일은 글로벌 브랜드를 한국 시장과 잇는 것이다. 이번 BIM 의무화는 그 일을 더 구체적으로 만든다 — 발견은 이제 종이 카탈로그가 아니라 모델 안에서 일어난다. 제대로 된 데이터와 함께 BIM 객체를 발행하는 브랜드는 지정될 수 있는 위치에 서고, 그렇지 않은 브랜드는 대체 후보가 된다. 이 전환이 향후 5년간 한국 건축에서 누가 지정되는지를 결정한다. 우리는 그 변화를 가장 앞자리에서 지켜본다.